미움을 피하는 방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군주가 시민과 신민들의 재산과 그들의 부녀자들에게 손을 대는 일을 삼가면 항상 성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처형이 필요하더라도, 적절한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산을 몰수할 명분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약탈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군주는 항상 타인의 재산을 빼앗을 핑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숨을 앗을 이유나 핑계는 훨씬 더 드물고, 또 쉽게 사라져 버립니다.
장군은 잔인해야 한다
그러나 군주는 자신의 군대를 통솔하고 많은 병력을 지휘할 때, 잔인하다는 평판쯤은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대란 그 지도자가 거칠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군대의 단결을 유지하거나 군사작전에 적합하게 만반의 태세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니발의 활약에 관한 설명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가 비록 수많은 종족들이 뒤섞인 대군을 거느리고 이역에서 싸웠지만, 상황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없이, 군 내부에서 또 그들의 지도자에 대해서 어떠한 분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그의 많은 다른 훌륭한 역량과 더불어, 그의 부하들로 하여금 그를 항상 존경하고 두려워하도록 만든 그의 비인간적인 잔인함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잔인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다른 역량 역시 그러한 성과를 거두는 데에 충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별없는 저술가 들은 이러한 성공적인 행동을 찬양하면서도 그 성공의 주된 이유를 비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비로웠던 스키피오
한니발의 다른 역량들로는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저의 논점은 스키피오가 겪은 사태에서 입증됩니다. 그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매우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군대는 스페인에서 그에게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 유일한 이유는 그가 너무나 자비로워서 적절한 군사적 기율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것보다도 더 많은 자유를 병사들에게 허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원로원에서 그를 탄핵하면서 로마 군대를 부패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로크라 지방이 스키피오가 임명한 지방장관에 의해서 약탈을 당했을 때, 스키피오는 그 주민들의 원성을 구제해주지 않았으며, 또한 그 지방장관은 자신의 오만함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스키피오가 너무 자비로웠기 때문입니다. 실로 원로원에서 그를 사면하자고 발언한 인물은, 사람들 가운데는 타인의 비행을 처벌하기보다는 스스로 그러한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 데에 탁월한 사람들이 있는데, 스키피오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라고 변호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군대 지휘 방식이 견제받지 않고 방임되었더라면, 그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서 스키피오의 명성과 영광은 빛이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원로원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유해한 성품이 적절히 억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의 명성에 기여했습니다.
군주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 있는 것에 의존해야 한다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저는 인간이란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사랑을 하지만, 군주의 행위 여하에 따라서 군주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타인의 선택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제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
군주가 신의를 지키며 기만책을 쓰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칭송받을 만한 일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들은 신의를 별로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기만책을 써서 인간을 혼란시키는 데에 능숙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신의를 지키는 자들에게 맞서서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 었습니다.
군주는 짐승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싸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법에 의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첫째 방법은 인간에게 합당한 것이고, 둘째 방법은 짐승에게 합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전자로는 많은 경우에 불충분하기 때문에, 후자에 의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군주는 모름지기 짐승의 방법과 인간의 방법을 모두 이용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이 정책을 고대의 저술가들은 군주들에게 비유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아킬레스나 고대의 유명한 많은 군주들이 반인반수의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육되었고, 그의 훈련 하에서 교육받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인반수를 스승으로 섬겼다는 것은 군주가 이러한 양면적인 본성의 사용법을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그중 어느 한쪽을 결여하면 그 지위를 오래 보존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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